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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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문성해-

서너 달이나 되어
전화한 내게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고 할 때

나는 밥보다
못한 인간이 된다
밥 앞에서 보란 듯이 밥에게 밀린 인간이 된다

그래서 정말 밥이나
먹자고 만났을 때
우리는 난생처음 밖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처럼
무얼 먹을 것인가 숭고하고 진지하게 고민한다

결국에는 보리밥 같은
것이나 앞에 두고
정말 밥 먹으러
나온 사람들처럼
묵묵히 입속으로
밥을 밀어 넣을 때
나는 자꾸 밥이
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밥을 혀 속에 숨기고 웃어 보이는 것인데
그건 죽어도 밥에게
밀리기 싫어서기 때문

우리 앞에
휴전선처럼 놓인
밥상을 치우면 어떨까

우연히 밥을 먹고
만난 우리는
먼 산 바라기로
자꾸만 헛기침하고

너와 나 사이 더운 밥냄새가 후광처럼 드리워져야
왜 비로소 입술이 열리는가

으깨지고 바숴진
음식 냄새가
공중에서 섞여야
그제서야 후끈
달아오르는가

왜 단도직입이 없고
워밍업이 필요한가

오늘은 내가 밥공기를
박박 긁으며
네게 말한다

언제 한번 또
밥이나 먹자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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