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세상


그런 세상

청소부의 월급봉투가
구청장의 것보다
더 두둑하고,

근로자의 승용차가
사장의 것보다 더
고급일 수도 있는
그런 세상.

국회의원
입후보자가 없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입후보자 모집 가두 캠페인을
벌이는 그런 세상.

아침마다
신문이나 방송의 톱뉴스는
예술인들의 신작 발표 행사로
장식되는 그런 세상.

노인이 되어도
서럽지 않은,  아니
노인이 빨리 되고 싶어
머리를 허옇게 탈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어른들이 대접받는
그런 세상.

대통령의
연두교서,
법원의 판결문,
국회에서의 질의응답,
모든 법전들이 시로
이루어진 그런
세상.

(시를 모르는 자들은
참 괴롭기도 하리)

은행원들이
대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보너스를 걸고 선전하는
그런 세상.

하루에 2시간 수업,
나머지는 여행으로
학점을 따는 그런
학교만 있는
세상.

전철의 선반에
두고 내린 물건이
한 달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는 그런
세상.

울타리가 없는 세상.

경찰관들은
할 일이 없어 매일
낮잠이나 자고,

교도소는
여행자들을 위한
무료 국영호텔로
개조되어 가고 있는
그런 세상.

그리고
참,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세상.

-임보-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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