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생긴 ‘이상문학상’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수상자들의
수상 거부로 무기한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문학과사상사는 6일로 예정됐던 ‘2020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당일 오전 밝혔다. 이상문학상을 주최하는 문학과사상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상과 우수상 수상자를 공표할 예정이었지만, 우수상 수상 예정자이던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저작권 문제를 이유로 수상을 거부하면서 당분간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
문학과사상사는 당초 대상 수상자 1명과 우수상 수상자 10여 명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우수상은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간 작가 중 대상 수상자를 제외한 작가들에게 주어진다. 수상자에게는 상금을 수여하고, 매년 1월 말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수상작을 소개한다.
문제가 된 것은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문학과사상 측에 양도하고, 단편집에 싣더라도 표제작으로는 쓸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수상을 거부한 김금희 작가는 지난 4일 트위터를 통해 “수상집에 작품을 수록하는 것과 관련해 계약서를 받아 확인하고는 게재를 못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저작권을 해당 출판사에 3년간 ‘양도’한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조항에 따르면 사실상 우수상 상금이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기는 매절 원고료나 다름없는 셈이다. 또 다른 우수상 후보였던 최은영 작가 역시 계약서상 문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최 측에 수상 거부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번에 수상 거부 의사를 밝힌 이들은 한국 문단의 기대주로 주목받는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문학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경애의 마음’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등의 쓴 김 작가는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고,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등을 쓴 최 작가는 황순원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실제 동료 작가들 사이에서는 수상 거부 작가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작품을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상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독소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불황을 겪고 있는 출판업계에서는 주최 측이 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출판권마저 갖지 못한다면 문학상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문학과사상사 측은 “과거에도 같은 조건으로 작품집에 실리는 것을 동의하는 작가에게만 우수상을 수여해왔다”며 “비슷한 시기 다른 출판사에서 같은 작품이 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출판을 제약하기 위한 조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이상문학상 제정 이후 유지돼오다 2010년 무렵 폐지됐지만 지난해 부활했다. 문학과사상은 계약서 수정을 포함해 해당 작가들과 수상 여부를 재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문학상은 문학과사상 설립자인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소설가 이상의 뛰어난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77년 제정한 문학상이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과 함께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자리 잡으며 박완서, 이문열, 은희경, 김훈, 한강 등 수많은 등 유수의 작가들을 배출해 왔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From: 서울경제
*갑질논란으로 이상 문학상을 거부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님들을 응원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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