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죽
늦여름 저물녘
호박죽을
끓인다
부엌창에
내린 노을
겉보다
속이 더 붉은
노을 한 자락
쓰-윽 베어다
죽 솥에 넣은 것
누가 알까
우주
한 귀퉁이가
풀어지고 엉키고
붉게 솟구쳐
올라
나무주걱 쥔
내 손도
붉고
지금
막 몰려드는
어둠 죽 솥에 눌러
붙을까
걱정하시는
칠순 어머니도
한
십 년은 붉어
잘 익은 단내가
온 집안
진동이다
마당가에
엎드린 개와
어깨에 앉은 어스름
갈기를 손질하던
나무도
지금은 다
부엌 쪽 향해
경배 중이다
아직
돌아오지 않는
식구들 몫까지
식탁 가득
붉은 호박죽
우주로
창을 낸 저녁이다
-김복연-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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