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매복
이상하지
늦게 귀가한
와이셔츠를 받아
걸면
한 마리 축 처진
톰슨가젤이
생각난다
축 처진 것을
걸고도 빳빳한 옷걸이는
톰슨가젤을 단숨에
사냥한 치이타
일까
고요하고
하얀 달의 숨소리
이상도 하지
술 냄새를 풍기는
와이셔츠를 바라보면 왜
세렝게티 초원의
바람소리가
들리는
거지
점점
밀림이
되어가는 도시
넥타이를
풀어헤친 사막과
창 밖으로 몸 던지는
빌딩의 추락음이
들리는
거지
발톱을 세운
의자들이 의자를
할퀴고
몰카를 매단
자동차들이
어두운 구석에 숨어
누군가를 노리는 눈알을
빛내고 있는
거지
아무 일 없다는 듯
고요해서 더 팽팽히 긴장되는
섬유올 속 촘촘한
불안의
숨구멍
턱 언저리에
푸른 노을을 묻힌 채
혼곤한 잠 속에 빠져드는
시달린 수사자가
보이는
거지
참 이상도 하지
늦게 귀가한
와이셔츠를 받아
걸면
-이해리-
(2003년 토지문학상 수상 보조작품)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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