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밝이에 서다
아직
아침은 멀다
하나
가슴 가득
흘러넘쳐
꺼지지
않는 나라
다솜의 불길
흘러내리는 촛물은
희고 뜨겁다
일흔넷 해 째
궂은비 퍼붓는 뭇따래기
시드러운 흰 풀들의
어리무던함은
가슴 속 옹이로
응어리졌는데
사람이 사람을
누르고 부리는
주접스러운
짓쳐들어
옴에
곰비임비
쏟아져 나오는
풀들의
일어섬
이제
다시는
지지 않는다
바상바상한
외침은 나직해도
갓밝이에서
솝뜨는
물굽이
너울지는 물이랑
그 누가 막으랴!
<주석>
* 갓밝이 – 날이 막 밝을 무렵
* 다솜 – 애틋한 사랑의 옛말
* 촛물 – 촛농(초가 탈 때에 녹아서 흐르는 기름)의 잘못
한자, 초膿(고름농)을 사용하지 않기 위함
* 궂은비 – 끄느름하게 오랫동안 내리는 비
(끄느름하다 – 날이 흐리어 침침하다
또는 마음이나 표정이 어둡다)
* 뭇따래기 – 잇대어 나타나서 남을 괴롭히는 무리
* 시드럽다 – 고달프다 (몸이나 처지가 몹시 고단하다)
* 어리무던하다 – 사람됨이나 성질이 어질고 무던하다
* 주접떨다(~스럽다) – 욕심을 부리며 추하고 염치없이 행동하다
* 짓쳐들어오다 – 세게 몰아쳐 들어오다
* 곰비임비 – 사물이 계속해서 거듭 모이는 모양,
또는 일이 계속해서 거듭되는 모양
* 바상바상하다 – 물기가 없어 뽀송뽀송하다
* 솝뜨다 – 아래에서 위로 솟아 떠오르다
* 물이랑 – 물이 너울져서 이루는 이랑
-시詩/이은주-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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