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말이예요
칡꽃 피는
산골짝에 알 굵은
산딸기 옹골차게
열리면요
덩굴을 비집고
손톱 끝에 단물 들이며
따내서는
칡 잎에 가만가만
포대기에 아기 감싸듯
싸오곤 하셨는
데요
구멍 숭숭 뚫린
하얀 런닝구를
그냥저냥
입으시다
어느 날엔가
남사스러 더는
못 입겠다며
빡빡 치대 빨아선
행주랑 걸레를
만드셨는
데요
솥뚜껑 위
꼭 짜놓은 하얀 행주는
애벌레 같았는
데요
꽁치 깡통
분유 깡통
주워다
주며
배추벌레나
잡으며 놀라고
하시는
데요
배춧잎에
숭숭 길 터놓은
얄미운 고놈
들을
고무신짝으로
꾹꾹 눌러 터뜨리
면요
훔쳐 먹은
푸른 수액이
찌익 흘러 나오곤
했는
데요
엄마를
숭숭 뚫어
물고를 트고요
수액을
쪼옵쫍
빨아먹고 자란
우린 애벌레인
데요
꿈 속의 무서운
거인이 우리를
짓밟으려고
장화 신은
커다란 발로 왁왁
다가오
면요
어찌 알고
깨우는지
참 용하기도 하신
데요
느그들
어여 몬 인나나,
해가 중천이다!
물방울 무늬
런닝구 환하게 입으신
엄마가요
어둑새벽,
고추밭 다녀오다
딴 산딸기를 쑥
들이미는
데요
칡잎 속에
피어난 붉은 꽃들이
새콤 달콤도
한데요
봉숭아 꽃물
한 번 들일 짬 없던
엄마의 손가락
마다
우와,
칡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던
걸요.
-詩/ 이시하 시인-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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