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의 결혼식
금남로를
뒤덮은 최루가스에
공연히 눈물이 나서
자꾸만 손수건을
꺼내고
독재타도
민주 쟁취의 함성이
거리를 흔드는
날
새로 출발하는
이모의 결혼식이
있었지요
축복받지 못한 결혼이라
슬픈 이모에게 최루가스는
맘놓고 울으라는
배려였지요
알리설리 키워
금쪽같이 고이 길러
꽃으로 키워온 막내딸을
운동권 신랑에게
막무가내
빼앗긴
할머니는 자리에 눕고
아무도
와보지 않는
쓸쓸한 결혼을
자욱한 최루가스
속에서
마치니
가난은
힘들지 않지만
헤어지는 것은 고통이라고
울며불며
애원하여
시집가는 날
모두 다 돌아앉은
친정 쪽을
바라보며
혼자서
떠나던 날
외로운 세상을
눈물로 새기셨지요
딸이
무슨 소용 있어
어려운 공부시켜
제 앞가림
해놓으니
훌쩍 떠나
출가외인인 걸
두 번이나
징역살고
무슨 재주 있어
각시 먹여
살리나
제 놈이 설친다고
하루아침 세상
바뀔까
머리 질끈 동여매고
이불 쓰고 누워서
한정없이 탓하는
할머니
앞에
두 손 모아
인사 올리고
떠나시던
날
잘 살아라
말씀 대신
다시는 내 집 앞에
얼씬 말라는
매정한 말씀에
울며불며
가셨지요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이 뛰어넘을 수 있는
장벽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다는 그 한가지로
의지 삼고 버티어
행복해지세요
그래서 오늘
결혼을 아름답게
지켜 가세요
-글/박용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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