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결례
못을 박는지
집이 소리를
지른다.
빈집.
아이들도 없는
빈 공간에 눌려 나는
으스러지는 소리
하나 내지
못한다.
비어 있다는 말은
결코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아니다.
제
나름의
기준으로
햇살을 통과시키고
있는 저 간유리는
사사건건
나를 검열하고 있는데
비어 있다는 말은
그럼 대체 무슨
말인가?
간단하게
차 있다는 말의
반대일 뿐이라
중얼거리며
나는
이제 모든
시비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아니
벗어나고 싶은 게
아니라 이미
벗어나
있다.
일탈한 자가
감내해야 하는
몇 가지의
굴욕
그것들에
이미 나는
익숙해지기로
작정하지
않았는가.
완강한
콘크리트의
저항에 부딪혀
긴 못 하나
휘어지는
지금
새파란
불꽃 튀기며
나의 시선은 비어 있는
공간마다
못 박힌다.
인간이
왜 밥을 먹고사는지
비로소 나는
알 것
같다.
왜
밥만 먹곤
인간이 살 수
없는지.
비어 있는
것들은
누른다.
온통
못 치는 소리
가득한 빈집
지키며
한 그릇
밥을 위해
버려야
하는
인간에 대한
모든 예의를 나는
즐기기 위해
기억해
낼
뿐
살아간다는 말은
결코 비어 있다는
말이 아니다.
아무 것도
비어 있는 것은
없다.
-글/김재진-
<Art By Lee, Soon Hee>
좋은글, 그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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