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나 같은 것이

어쩌다 나 같은 것이

어쩌다
나 같은 것이
당신을 만나게
되었는
지요.

어떤
손이 나를 끌어
당신 앞에
세우고

차마
눈부셔
마주 볼 수도
없는

당신의
부르심에
귀를 열게 했는
지요.

나는
그것이
참 궁금합니다.

수많은
만남과
수많은 이별

수많은 그리움과
수많은
슬픔

그 가운데
문득 기별처럼
오신
당신

어떤 손이
당신의 소망 앞에
시든 잡초 같은
나를 일으켜

사모하라
사랑하라
죽도록 사랑하라
나를 흔들어
깨웠는
지요.

내가
어쩌다가
당신을 만났는
지요.

해 아래
풍성한 감람
그늘 아래로

어둔 밤엔
희고 맑은 달빛
아래로

마른
땅을
골라 딛고
걸어가게 하시는

당신의
힘찬 부르심.
고요한
침묵.

어쩌다
나 같은 것이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는
지요.

글/이향아

작품명: 당신의 피리를 삼으소서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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