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읽는 어머니
아들
공부 잘 했으면
됐지
어미
글 모르는 게
무슨 흉이노
노인대학 가서도
늘 큰 소리치는 문맹이신
우리 어머니
한글은 몰라도
시내버스 타시다
용케
아라비아 숫자는
익히셨다
어설픈
내 시집 나온
날
먼저
한 권 드렸더니
책 표지만 한참
들여다
보신다
출판사 시집
순번 ’15’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정색하신다
니 책에다
우리 동네서 증심사 가는
시내버스 15번을
왜 써 놨노?
그날
종일 화두 하나
떠나질
않는다
어쩌면
내 시집이
단 하루라도
시내버스 15번이
될 수 있을까
도시
끝에서
끝까지 되풀이
오가며
승차권 하나에
사람들 편하게 나를 수
있을까
러시아워에
급한 인생길 막혀도
가만히 두 눈 감고
몽상하게 할 수
있을까
저녁이나
주말이면
한 사람이라도 더
시끄럽고 먼지투성이인
시장에서
꺼내어
조용한 산사 아래로
데려다 줄 수
있을까
이런 물음들
몰두하다
문득
우리 어머니
이미 어설픈 내 시집
다 읽으신 게 틀림없다
생각한다
15번 시내버스라니
가당잖다는 듯한
얼굴 표정
조심스레
살피며
불쑥,
엉뚱한 한 말씀
드린다
어머니,
시내버스 한대
사드릴까요?
-글/안정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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