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백나무 울타리
누가
아무도 없는
들판에 측백나무 울타리
세워놓았나
안쪽도
바깥도 없는
그 울타리 드나들며
나는 안쪽에서 바깥을,
또 바깥에서 안쪽을
넘겨보거나
내다보곤
했다
또 아주
오래전 허물어진
옛집을 수습해서
울타리에 기대
놓았다
그럴 때면
앞마당과 뒤란이
저희들끼리 순서를
정하곤
하였다
집을
품지 않은
울타리는 울타리가
아니어서
벌판으로
몇 천리 가면
기차가 떠나는
간이역이
있고
또
어느
쪽에서
몇 시간 동안
그 기차를 타고가면
어리둥절할
양떼들이
있다
양들에게
측백나무
울타리에 관해
물으면
예전
자신들이
구름의 일족으로
흘러 다닐 때
언뜻
본 것도 같다는
말을 하였다
측백나무 울타리에
오래전에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운다
거미는
아침이슬로
기둥을 세우고
처마도 만드는데
머리가 먼저
이슬에 들어가
집을 짓는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둥근 배마저 이슬의 방을
하나씩 차지한다
안쪽도
바깥쪽도 없는
집
순서도
모서리도 신음도
만들지 않는
집
측백나무
울타리엔
거울 하나
둥실 매달려
있다
-글/송연숙-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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