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보이는 어머니

눈 감으면 보이는 어머니

또랑물에
잠긴
달이

뒤돌아
볼 때마다
더 빨리 쫓아오는
것처럼

얼결에 떠난 고향이
근 삼십 년이
되었습니다

잠깐일 게다,
이 살림 두고 어딜
가겠니

네들이나 휑하니
다녀오너라

마구 내몰다시피
등을 떠미시며
하시던
말씀이

노을이 불그스름하게
물 드는 창가에
초저녁 달빛으로
비칩니다

오늘도
해동갑했으니,
또 하루가
가는가

언뜻언뜻
떨어뜨린 기억의
비늘들이,

어릴 적
봉숭아물이 빠져
누렇게 바랜 손가락
사이로

그늘졌다, 밝아졌다,
그러는 고향집으로
가게 합니다

신작로에는
옛날처럼 달맞이꽃이
와악 울고
싶도록 피어
있었습니다

길 잃은
고추잠자리가
한 마리 무릎을 접고
앉았다가

이내
별들이
묻어올 만큼 높이
치솟았습니다

그러다가
면사무소 쪽으로
기어가는 길을 따라

자동차가
뿌옇게 먼지를
일으키고  동구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온 마을
개가 짖는 소리에
대문을 두들겼습니다

안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손 안 닿은 곳 없고,
손닿은 곳마다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없으셨던

어머니는
어디로 가셨습니까?

눈 감으면 보이는
어머니는 어디에
계십니까?

-글/함 동선-
(1930 – 황해도 연백)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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