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삼키는 나무
그를
떠나보낸 건
혀였다
혀가
어른이 된 나무를
스튜디오에
불렀다
머나먼 이국으로
흙 한 줌, 물 한 모금
보자기에 싸여
보내졌다
어른의
모습으로
그가 돌아왔다
-어머니 찾으러 왔어요
1번
카메라 앞에서
젖은 가지를
후드득
턴다
붉은 혀가
더듬더듬 어떻게
살았느냐며
묻는다
허공에
파노라마처럼
나무의 성장과정이
실금처럼 얽히고
설킨다
-누굴 원망한 적은 없는 걸요
심호흡
한번으로
다 풀 수 없다는
듯이
고개떨군다
-우는 법도 잃어버렸어?
혀가 묻는다
-오는 내내 비가 내렸어요
더 가벼워지지
않으려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날아왔죠
뿌리를
내리기까지
나무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새 뿌리에
새 말이 고인다
새 흙이 덮이고
새 잎이 수북이
쌓인다
혀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꺾꽂이 된 거군요
혀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혀가
3번 카메라를
보는 사이
내가
어미라는
말이 들린다
혀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저음이다
아랫입술 밑에서
나오는 작은
소리다
갑자기 그가
꺼이꺼이
운다
혀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그의 등을
두드린다
어른이 된 나무가
몸속 깊이 혀를
꿀꺽 삼킨다
-글/조경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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