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유일 전파사

명왕성 유일 전파사

모든 가전엔
명왕성 하나 두둥실
들어있다고
했다

목숨 다하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제 몫을
못하는 것이
제명이라고,

별명이
백과사전인
그 사내는
모르는 게
없다

이 빛나는 지구도
저 없으면 돌지 않는다고
사십년 기름때 묻은
공구함을
가리킨다

공구들의
명칭마다엔
알파벳 하나씩
휘어지고 벗겨진
곳곳에 일본식 표현이
살짝 묻어있다

오일마다
망가진 것들이
몰려있는
난전,

배운 적 없는
어깨너머의
기술로
만지작
거리면

고장 난 밥솥이
빨간 눈을
켜고,

커피포트
녹음기 선풍기와
마음 고장 심하게 난
이웃까지 불러 앉혀놓고
막걸리 한 잔 따라주면서
다독다독 고친다

십자와 일자,
플러스와
마이너스만
있으면

퇴출당한
명왕성도
거뜬히 고친다고
큰소리치는

명왕성
유일 전파사
그 사내

봄날이어서
수리 마친 가전들

저러다
파란 이파리들
막 돋아날까
걱정스러운데

고친 카세트 들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

흥겨운 듯
절절한 트로트가
그 뒤를 따라간다

-글/김향숙-

– 경남일보 2019 신춘문예 당선작 기사에서 발췌 –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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