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엄마는
늘 내 몸보다
한 사이즈 큰 옷을
사오시었다
내 몸이
자랄 것을
예상하시었다
벚꽃이
두 번 피어도
옷 속에서 헛돌던
내 몸을 바라보는
엄마는 얼마나
헐렁했을까
접힌 바지는
접힌 채 낡아갔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
이름을 먼저
지으시었다
내가
자랄 것을
예상하며
큰 이름을
지으시었다
바람의 심장을 찾아
바람 깊이 손을 넣는
사람의 이름
천 개의
보름달이 떠도
이름 속에서 헛도는
내 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에서
까마귀가
날아갔다
내 이름은
내가 죽을 때
지어주시면
좋았을
걸요
이름대로 살기보다
산 대로 이름을
갖고 싶어요
내 이름값으로
맥주를 드시지
그랬어요
나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
걸요
아무리 손을 뻗어도
손이 소매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걸요
이름을
한 번 두 번 접어도
발에 밟혀
넘어지는
걸요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이불처럼
이름이
있다
하루 종일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없는 날
저녁이면 나는
이름을 덮고
잠을
잔다
뒤척이며 이름은
나를 끌어안고
나는 이름을
끌어안는다
잠에 지친 오전
새의 지저귐이
몸의 틈이란 틈에
박혔을 때,
이름이
너무 무거워
일어날 수 없을 때,
내는
내 이름을
부른다
제발 나 좀 일어나자
-글/서진배-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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