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만일에 우리가 그날 밤
그러니까
우리가 이상한
원두막에 앉아서
만일에
반딧불이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그 순간
음각으로 새기던
우리 언약의 꽃말들은
돌이킬 수 없이 쓸쓸한
시절을 맞이한듯
느리게
저무는
저녁 물살처럼
제법 무거웠으리라
떠올린다는 것은
언제나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
그러므로 우리는
그날 밤 원두막보다 늘 먼저
반딧불이를 생각하고
언약을 떠올려야
하는 것이고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별자리가
그 자리에 있듯
우리의 꽃말들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더러
생채기 환하게
폐허가 되었던 날들도
더러
눈발처럼
날리던 슬픔믜
뼛가루도 실은
못 버릴 것
하나 없이
다 식어버린
눈시울이므로
가령
우리가
아무도 오지 않는
숲길을 걸어갈지라도
그날의 꽃말들은 쓸쓸하게
지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날 밤
새겼던 반딧불이 언약은
한 시절 병들어
운둔했던 꿈들이
가설로도
세울 수 없었던
뒤틀린 시공간을
뛰어넘어
내
생까지
버리고
피고야 말겠다는
들꽃의
심정으로
당대의 승차권을
발급받아야 하는
것이다
…
노트:
남녀 간의 언약은
결코 말로만 해선 안 된다는
것임을 상기하며….
<새벽에 쓰는 글>
-글/김상훈-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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