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행진
어디를 가나
얼어붙은 의식의
빛나는 혼들은 있다.
눈이 와서
흰 것 뿐인 날,
까마귀의 긴긴 울음은
천길 눈구렁에
빠져 있고
우리들은,
침구와 몇 낱의
스푼 뿐으로
겨울의 낯선
도시를 진군하였다.
욕망의
군단을 이끌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자유의 전리품,
그 차고 빛나는
사상은 무엇인가.
찬손을 비비고,
어깨를 펴고,
얼어붙은 목울대를 치며,
우리는 한 때,
찻집 <역마차>에서
우유빛 살들로
눈을 불었다.
벽에는
칸타빌레
흰 뼈의 눈이
내리고
우리는,
말려드는
의식의 끈을
풀었다.
불꽃
너울 거리는
스토브의 연탄은
저마다 분노를,
저맏 살해를,
활달한 웃음을
피워 올리지만
우리밖으론,
짐마차에 몸을 실은
채찍 든 아저씨가
덜그럭 덜그럭
맑은 공간을
후려치며
지나간다.
아,
따가운 충동,
우리는 일어선다.
밀폐된
유리의 문을 밀치고
우리는 빤질거리는 경험의
빙판의 길을
나선다.
지나간
말들의 울음 뒤에
진정 남는 것은
무엇인가.
저
무한천공의
까마득한 하늘에서
죽은 감탄사의
눈송이는
내린다.
찢기우며,
어우적 거리며
달려온 협곡의
바람은
시시로
울며 울며
하늘로 피어오르고
우리들은 최후,
목숨의 끝간데를
밟고 지나가는
발자욱들,
그 숱한
시대의 뇌까림을
당신은 아시는가.
무분별의
종점에서
우리는 횡단하였다.
눈속의
식품사정,
그리고 지폐의
죽은 단위를
시간은
무거운 짐을 풀고
금빛 빛나는 속도를
지닌다.
갈참나무
울울한 숲길에서
기진한 우리들의 잠,
꿈 속에서도
우리는 타오르는
시대의 여기를
보았다.
밤새워 불타는
그 많은 수공들의
종이 탑.
그러나
울며 고뇌하던
옛 소년시절,
그 살아나는
운문의 맑은
가락들을 당신은
아시는가.
나는,
소리없이 와닿는
아름다운 변화,
저 획득의 기막힌
끈을 잡는다.
잊은
장신구의
슬픔이듯
무의식의 매듭을
푸는 일은 즐겁고
손거울에, 새까만
두 눈알을
띄워 본다.
푸른 공간과
새로 돋는 시간의
살 속에
갈참나무
울울한 숲길을
벗어나
우리는,
남모르는 고뇌의
반짝이는 사랑으로
우울한 도시의
거울을 윕쓴다.
머리칼
하나에도
눈꽃은 빛나
찬손을 비비고,
어깨를 펴고,
얼어붙은
목울대를 치며
우리는 몇번이고
출발한다.
새벽에
사라진 말들의
뒤를 쫓아
마치
아침에 죽은,
저 참혹한 시대의
사나이처럼.
-글/마종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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