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나를 불렀다
한때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삶인 줄 알았다.
남보다
목소리 높이진
않았지만
결코
턱없이 손해 보며
살려 하지 않던 그런 것이
삶인 줄 알았다.
북한산이
막 신록으로 갈아입던
어느 날
지금까지의 삶이
문득 목소리를 바꿔
나를 불렀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고 있는 건가?
반짝이는
풀잎과
구르는 개울,
하찮게
여겨왔던
한 마리 무당 벌레가
알고 있는
미세한
자연의 이치도
알지 못하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듯
착각하며
그렇게
부대 끼는 것이
삶인 줄 알았다.
북한산의 신록이
단풍으로 바뀌기까지
노적봉의
그 벗겨진 이마가
마침내 적설에
덮이기까지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나는 그렇게
다 아는 것처럼 살아왔다.
-글/김재진-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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