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분당선 전철이
모란역을 지날 즈음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선잠을 깨면
그날이 장날이다,
장꾼 할마씨들은
알림 방송이 나오기도 전에
코를 씰룩거리며 일어나
하나씩
보퉁이를 챙겨들고
장을 보러 내린다
놀랍다,
장터에는꽃도 생선도
끄슬린 개고기도
많을 터인데
그 모든
냄새를 누르고
앞질러
참기름 진한 냄새가
이 깊은 땅 밑까지
스미었구나
해묵은
기름틀에 짓눌려
피보다 진한 체액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며
이다지 이무럽고
따스한 향기를
멀리 또 깊이
날려 보내는구나
그 잔해 한
부스러기도
버릴 것이 없는
참깨여
부끄러워라,
내 인생은
장날 기름집에 들고 갈
한 됫박의 참깨만 못하여서
흩날려 보낼
한 줄기의 향이 없구나
악취만 남긴 채
도망치듯 살아온
노상 방뇨 같은 삶이여
-글/정종기-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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