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 장터
탁수기씨의 화개 장터에서
반달낫 갈며 한 오십 년 살았지
화개나루에 소금배 들고
복사꽃 피던 이팔청춘에
처음 쇳물 끓이고 풀무질 익혔지
된장 내음 땀내 적시는
저녁 나절이면 운천리 백사장에 누워
하늘의 별을 세었지
아니 아니
운천리 안열 부락 김초시네
둘째딸 생각으로
별이 보이지 않았지
작은 토담 타고 돌다
칡꽃 한 묶음 깨금발로 던지면
꽃내음보다 먼저 토방문이 열리고
그때 처음 사랑을 알았지
섬진강 푸른 강물과
지리산 산바람이
어느 산곡에서 속삭이다
함께 어둠에 드는지도 알았지
그 이쁜
전라도 가스나
동란 끝나고 죽었지
산사람 밥 한 솥 푸짐하게
해낸 죄로 강물되어 떠났지
탁수기씨 화개 장터에서
반달낫 갈며 한 오십 년 살았지
고스레 고스레
거칠은 강바람에
소주 한잔 부으며
앞으로도 한 백년
운천리 백사장 별을 헤겠지.
-글/곽재구-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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