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릴 때
내 키는 제일 작았지만
구경터 어른들 어깨 너머로
환히 들여다보았었지.
아버지가 나를
높이 안아 주셨으니까.
밝고 넓은 길에선
항상 앞장세우고
어둡고 험한 데선
뒤따르게 하셨지.
무서운 것이 덤빌 땐
아버지는 나를 꼭
가슴속, 품속에 넣고 계셨지.
이젠 나도 자라서
기운 센 아이
아버지를 위해선
앞에도 뒤에도 설 수 있건만
아버지는
멀리 산에만 계시네.
어쩌다 찾아오면
잔디풀, 도라지꽃
주름진 얼굴인 양,
웃는 눈인 양
“너 왔구나?”
하시는 듯
아!
아버지는
정다운 무덤으로
산에만 계시네.
글/이원수(1911-1981)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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