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그 남자, 그 여자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태양이 내리 쬐나 

어떻게든
팔짱을 껴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여자와

진짜 싫은 건지
좋은 건지 귀찮은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거부하다가, 

‘진짜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팔짱을 껴주는 남자 

내가 어렸을 때 본
아빠와 엄마의 모습은 늘 이랬다. 

이럴 때면 아빠는
늘 내게 같은 질문을 했는데, 

“ 아휴, 사람도 많은 데
네 엄마 진짜 왜 그런다니~”

글쎄요. 모릅니다.
제가 엄마의 마음을 어찌 압니까. 

어린 나는 생각했다. 

왜 엄마는 아빠를 짝사랑할까?
왜 도도하게 튕기지 않을까?

물론, 그 맘을 내가 알 리 없었고,
그래서 나는 늘 나라도
날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 어쩌나,
진짜 다르게 살고 싶었는데,

결국 나도
아빠 같은 남자를
만난 게 틀림없다. 

덥고 불편하다며
한사코 사양하는 남편과,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결국은 팔짱끼고야 마는 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다. 

물론, 내가 그 상황이 되어보니
엄마의 마음은 알겠다.
너무 좋아서 그렇다.
그렇게 걷는 게
세상 제일 편해서 그렇다. 

그런데 며칠 전
그 팔짱이 불편해졌다. 

이상하게 팔이 무겁고,
밑으로 계속 떨어진다. 

풀었다가 다시 잡고,
다시 풀었다가 잡고,

자세를 아무리 고쳐 봐도,
오래 끼고 있기 힘들다. 

걷던 내가 멈춰
남편에게 물었다. 

“아 진짜 이상하네,

여보 요즘 살 많이 빠졌어?
안정감이 없어“

그랬더니 남편이

“아! 깜박 했네” 하며,
자신의 손을 배에 얹는다. 

내 눈 앞에
팔을 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당황했다.

그동안 나는 혼자 노력해서
팔짱을 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팔짱을 오래 끼려면
상대방은 팔을 걸 수 있는걸이를
만들어 줘야 했던 것이다. 

결국
덥고 답답하다고 엄청 튕기면서도
내가 그에게 팔짱을 낄 수 있도록,
늘 팔걸이를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우와, 그동안 네가
이렇게 해주었던 거야?

덥 다며? 답답하다며?! 알겠다!
너 사실 나 엄청 좋아하는 구나? 

튕기기는“

“뭐야? 그럼 빼!”

“아니야,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다시 팔 해줘~!“

“됐어! 안 해 ”

“아 제발! 미안하다고”

뭐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내가 엄마처럼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빠처럼
사랑표현 하는 남자를
만났다는 것이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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