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파는 사람
젊어서는
몸을 팔았으나
나도 쓸데없이
나이를 먹은데다
근력 또한
보잘 것 없었으므로
요즘은
시를 내다 판다.
그런데
내 시라는 게
또 촌스러워서
일년에
열 편쯤 팔면 잘판다.
그것도
더러는 외상이어서
아내는
공공근로나
다니는 게
낫다고 하지만
사람이란 저마다
품격이 있는법.
이 장사에도
때로는 유행이 있어
요즘은
절간 이야기나
풀푸레나무 혹은
하늘의 별을
섞어내기도 하는데
어떤 날은
서울에서
주문 오기도 한다.
보통은 시골보다
값을 조금 더 쳐주긴 해도
말이 그렇지
떼이기 일쑤다.
그래도 그것으로
자동차 기름도 사고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기도 하는데
가끔 장부를 펴놓고
수지를 따져보는 날이면
세상이
허술한게 고마워서
혼자 웃기도 한다
사람들은
내 시의 원가가
만만찮으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사실은
우주에서 원료를
그냥 퍼다 쓰기 때문에
팔면 파는대로
남는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서다.
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
시 파는 집 간판을
내리지 않을 작정이다.
-글/이상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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