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밥
동트기 전에
죽은 듯이 누웠다가
문득
벌떡 일어나 먹는 밥
지난밤보다
더 큰 밤이 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
밥을 먹는다
새벽밥이여
혼자 먹는 밥
숨죽이며 먹는 밥
분명히
떠나 갈 사람이
먹는 밥이여
몸서리치며
먹는 밥이여
남몰래 신새벽에
그대 왜 홀연히 깨어 앉아
식구 없는
밥상을 앞에 하는가
따스함이랑
그리움이랑
기꺼이 눌러 죽이고
맨손으로 가자
돌아올 길을 생각하지 말자
끝내 닿아야 할 나라로 가는
아직은 춥고
어두운 길을 보는가
눈물도 없이 먹는다
새벽밥이여
조선 천지 이 집 저 집
벌떡 벌떡 일어나서
한 등씩 불 밝히고
밥 먹는 사람이여
그대 가르고
갈 바람 속에 놓인
시퍼런 한 그릇 밥
새벽밥이여
-글/안 도 현-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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