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찻집
차 한 잔을
마시는데
백년이 걸리는
찻집이 있다
전등사 가는 길
빗소리를 듣고
가을이 시작되는
고즈넉한 찻집
입구에 낡을 대로 낡아버린
나무 간판은
희미한 이름을
간신히 새기고 있다
소멸을
향해 가는 하루끝에
매달려 있는
풍경 속
물고기 한 마리
잠들지 말라고
바람이 흔들고 지날 때
넉넉한
찻잔 속에는
국화차가 닫혀있던
마음을 연다
비가 되지 못한
구름이 키우고
바람과 내내
입 맞추며 피웠을 꽃
이윽고
시들어 말라버린 시간을
서서히 향기로 풀어낸다
달지도
시지도 않은 담담한 맛이
한 생애를 기억해낸다
차 한 잔과 백년 사이
차 한 잔을 마시고 나갈 때는
머리가 하얗게 새어 버릴지도 모른다
-글/정용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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