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이유
모든 사랑엔 시작이 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 속 커플처럼
첫 눈에 스파크 튀기 듯
동시에 반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은 둘 중 누군가 먼저
상대를 좋아하게 마련이다.
누군가 한 명은
먼저 시작되게 마련이다.
과연 누가 먼저?
———-
7년 전으로 되돌아가보자.
그와 난 같은 과에 재학 중인
친구에 불과했다.
우리가 연애를 시작하게 된 건
졸업 이후
학기 초부터 졸업까지
한 결 같이 날 좋아해 준 모습에
내 마음이 열린 것이
우리 연애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으나,
웬걸,
그의 주장은 이와 정 반대였다.
과연, 진실은?
–
사실 이 미스터리는
우리 커플만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친구부부도 똑같았다.
그러니까 자신은 절대로! 결단코!
상대를 먼저 좋아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늘 그렇듯, 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이유가 뭔데?”
친구 남편이 답했다.
“나는 딱 말할 수 있지!
글쎄 학기 초에 학과 술자리에 갔는데,
이 누나가 있더라고
그런데, 이 누나가 글쎄,
술 마시는 내내 나만 쳐다보는 거야“
그랬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그녀가 그를 노골적으로
계속 쳐다봤다는 것이다.
그는 꽤 디테일한 진술을 했는데,
일부러 다른 곳을 보다가 본 적도 있지만,
그 때도 어김없이 그녀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그녀가
자신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 네가 먼저 좋아했잖아!
글쎄, 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한테 피자를 사주더라고“
황당했다.
그러니까 그녀의 말을 종합하자면,
그가 피자를 사주었기 때문에
자신을 좋아한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내가 나설 때였다.
“야 이유가 이 정도는 되 야지.
난 새벽 한 시에 술 마시자고 불렀는데,
우리 동네까지 와줬어,
이 정도는 되어야 확신하는 거 아니야?“
내 대답에 친구가 어이없어 한다.
“ 야 너희 친구였잖아.
그리고 그 시간에 부르는 건,
네가 좋아한 거 아니야?“
이 이유도 결국
남편이 날 먼저 좋아했다고
설명하기엔 어려운 것 같다.
–
그렇다면 도대체
둘 중 누가 먼저 사랑에 빠진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넷 사이에 공통점이 있었다.
상대가 먼저 날 좋아했기 때문에,
사랑에 빠졌다는 점이다.
다소 안타까운 게, 상대는 그 점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어쩌면 사랑은
‘그가 날 좋아한다는 착각’으로
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착각을 만든 건,
내가 상대를 먼저
좋아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까 친구 남편은
처음부터 그녀가 마음에 들어
계속 쳐다 본 것이고,
(일부러 다른 곳을 보았다가 한 번 더!
또 한 번 더!)
그녀 또한 먼저 그를 좋아했기에,
피자를 사준 것만으로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한 것이다.
–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나는 학기 초부터 그를 좋아한 게 된다.
그는 절대 인정하지 않지만!
단 한 번도 내게 고백한 적이 없지만!
어쩐 일인지 나는,
학기 초부터 그가 날 짝사랑 해왔다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려 1년이 넘게..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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