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파스>

<심심파스>

아내의 목소리,그 음표와 박자가
예전과 점차 달라지고 있다.
예전엔 ‘도’에서 ‘솔’까지 올라 가는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아내의 심기가
불편하면 요령껏 그 불을  급히 끌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아내의 음표 변화는
‘도’에서 갑자기 ‘솔’이 되고 ‘미’에서
‘시’로 껑충 뛴다. 여간 집중하지 않으면
‘화’ 를 부른다.

아내도 어느덧 칼과 표창이 날아드는
삶의 무림에서 허리에 검은띠를 매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자신이 나은 아이들이
군대에 가거나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되면
어머니들은 보통 세상 무서울 게 없어 보이는
어떤 단단함을 갖는다. 나는 그런 변화를
나의 어머니에게서도 봤고 주변
또래 친구들에게서도 보았다.

우리의 삶 자체가 말랑하지 않으니
단단하게 변하는 것은 순리겠으나
연애시절  마냥 곱고 부드러웠던
아내의 모습을 기억하기에
마음 속 어딘가가 저려온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을 살았지만
우리부부는 여전히 가끔 토론을 한다. 정치관련
뉴스를 보다가도 이견이 생기고 아이의 진로
를 두고 대화를 하다가도 서로 목소리가 커진다.

그러고 보니 신혼시절 아내는 나와
말다툼을 하다가  잘 울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오랜 토론에서 가까스로 승기를 잡았다 싶어
쾌재를 부르려는 순간마다, 아내의 그 커다란
눈에서 ‘반칙의 눈물’이 흘렀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세상에 아내의 눈물을 이길 수 있는
남편은 별로 없다. 그러나 점점 아내는 좀처
럼 나와의 토론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눈물을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앞에서 설명한 것
처럼 갑자기 목소리가 커져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얼마전 일이다. 무엇 때문이었는지를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사소한 일로 아내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이럴 때에 나는 무조건 말
을 줄인다. 그리고 최근에 아내의 심기를 건
드렸을 만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재빨리
생각해낸다.

아무래도 학교 시험을 앞둔 딸아이
때문에 예민해져 있었고 그렇다. 근육통..
아내는 얼마 전부터 어깨쪽 근육통을 호소했다.
나는 그 사실을 알아낸 나를 속으로 칭찬했다.
그리고 바로 차를 몰고 약국에 달려가
뉴욕까지 팔려온 ‘신신파스’를 몰래 사들고 왔다.

“요즘 어깨가 아프다고 했지. 이리 와봐.
내가 파스 사웠어. 어깨에 붙여줄게.”
그제서야 고음 영역대에 머물던 아내의 음표
들이  바로 낮고 부드러운 저음으로 툭 떨어진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나를 본다.
이럴 땐 영락없는 연애시절의 그녀가 된다.

나도 오래전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서
아내의 어깨에 정성스레 파스를 붙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여보, 이건 그동안 단단해져 있느라 힘들
 었을 당신 마음에 붙이는 내 마음의 파스야.
조금 뜨거울지도 모르니 조심해!”

피식 오글거려서 나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냈
지만 아내에게 들키지는 않았다. 그리고 누구
든 사람들의 상한 마음에 붙이는 그런 ‘심심파
스’를 만든다면 아주 불티나게 팔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늦은 시간까지 …아니 오늘까지도 아내
의 음악은 고요하고  따뜻하다. 내가 구해온
‘심심파스’ 의 효과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모르
지만  파스 한 장의 힘은 정말 정말 셌다.^^

-글/김감독 DP-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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