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유예(猶豫)
공허를 이어온 시간이
삶에 깊숙이 개입하고
완전한 고립을 가능케 한
밤의 뜨락은
그다지 우울하지도 않은
부유스름한 잿빛
갑갑한 가슴은
미세먼지 촘촘히 박혀
바닷속 아가미 없는 물고기의
가뿐 숨소리처럼 헐떡이고
어둠과 별빛 둘러맨 채
발아되지 못한 풀씨의 울음은
계절을 告하기 위한 몸부림
세월에 난도질당한
부르지 못한 청춘 노래는
구멍 난 삶에
무장무장 허무를 채우고
죽을 듯 간절했던 그리움마저
기억의 굴레에 감금되어
차츰차츰 소멸되어간다
필 듯 말 듯 몽오리진 뜨락에
덤벙덤벙 서둘러 나온 저녁별
이미 기다림에 익숙해져
마침표조차 찍지 못하고
시든 꽃잎 한 장 버리지 못하는
어리숙한 이 가슴에도
상처를 노래할 바람이 불까?
-글/송천 김현묵-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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