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 지붕에 대하여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글/안도현-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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