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창고
제 안을 스스로
까맣게 비워버렸다는 듯
창문 대신
덧대 박은
녹슨 함석을 걸어놓고
면사무소 옆
삼각지붕으로 서 있다
가로지른
자물쇠가
붙어 있는 벽들은
전국 어딜 가도
같은 누런색이다
인근
간판이 바뀌거나
낡은 집이 헐릴지라도
시간과 무관한 듯
한낮 창고 위
풍향계는 쉴새없이 돈다
깜깜한 내부
섬광처럼 뚫려 있는
못구멍들,
먼지의 환영이
내밀하게 가라앉는
그곳은
어둠보다 깊은
버뮤다 삼각지대 같다
사라진 빛들이
창고에서 창고로 이동하며
앞문으로
들어선 소년이
청년이 되어 나오고
뒷문으로
머리띠를 두른
노인이 걸어나온다
전송되는 것은
세월뿐 아니어서
그 많던 포대는
시간의 벽을 통과해
몇 년 전이나
몇 년 후로 쌓여 있다
‘결사’라는
붉고 서늘한
벽화를 보며
나는 죽음까지 관통하는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아
다시는
열릴 것 같지 않은
자물쇠 너머
한사코 그 안을
들여다본 것인데
터널 같은 그늘에서
쩍쩍 금이 뻗는다
-글/윤성택-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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