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진단

세태 진단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선과 악의 양면성을 안고 태어난다. 살아가면서 자의 든 타의 든 간에, 선한 양심 뒤에 숨어있는 악은 선한 양심을 밀어내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려 안간힘을 쓴다. 인간의 본성은 어디까지가 선(善)이고, 어디까지가 악(惡)인가? 선은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음. 또는 그런 것이라 하고, 악은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 나쁨. 또는 그런 것이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가 요구하는 선과 악의 도덕적 기준은 무엇인가? 도덕적 기준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사람으로서의 취해야 할 기본 도리는 시대가 흐른다 해도,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악의 도덕적 기준 또한 모호하다. 때때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악(惡)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선(善)으로 둔갑하는 것은 없는지,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선과 악의 미소를 구분하기 힘들 때가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터득해 옳고 그름을 배워나간다. 옳고 그름을 걸러내고, 취하고 해야 할 터인데,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자신을 위주로 판가름해 버린다.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말하기를 주저한다. 자신과 무관한 일에는 남이야 고통을 받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데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제각각의 이해관계가 난무하는 인생살이에서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들 수 있으나 어찌 보면 남에게 향하던 화살이 어느 순간에 자신을 향해 날아올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기주의는 우리가 배척해야 할 양심이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심각하다.

남이야 어찌 되던 나만 편하면 되고, 나만 행복하면 되는 것들이 멀지 않아 자신에게 곧, 닥칠 불행이 아닐까 한다. 내가 하면 모두 옳은 것이고, 남이 하면 모두 그른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깊이 통찰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도덕적 기준도 자신의 편리한 잣대로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모든 일의 중심에 나이어야 한다는 개인주의가 우리 사회에 속속들이 배어 있다. 양보와 배려의 미덕은 점차 사라져 간다. 배려하면 바보가 되고 양보 없이 실리를 챙기면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앞선다.

물질 만능주의가 낳은 개인주의는 어느새, 우리 사회를 판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상대방을 이겨야만, 자신이 살아남는다는 경쟁심리가 팽배하다. 사회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도 경쟁 심리를 부추겨 상대방을 이겨야만, 자신이 살아남는다는 삶의 방식을 공공연히 각인시킨다. 정치는 어떠한가? 말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답시고 아전인수격으로 갖다 붙이기를 좋아한다. 물론 건전한 경쟁은 사회나 자신에게도 이롭다. 하지만 너나없이 공공의 안녕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 만족을 우선시한다. 내가 왜 손해 보나, 내가 왜! 내가 왜 손해를 봐야 하며, 왜 내가 사는 동네에 혐오 시설이 들어와야 해, 결사반대,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순리와 타협보다는 배척이 먼저이다. 기성세대를 보고 자라는 청소년의 눈에 이러한 잣대들이 자연스레 몸에 배게 되니, 누굴 탓하랴 나로부터 곰곰이 곱씹어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언제부턴가 차츰차츰 남의 아픔을 은근히 즐기는듯한 냉소적인 사회로 변해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너무 냉혹하고 각박하여 씁쓸하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길거리에서나 전철 안 또는 버스 안에서 연로한 노약자가 타면 양보하는 미덕은 옛이야기가 되어, 먼 나라 이야기쯤으로 여긴다. 실로 우려스럽다.물론 아직은 희망의 불씨 같은 게 남아 있어, 더러는 자리를 양보하고 어른을 섬기는 젊은이들을 볼 때, 당연한 풍경이, 기특하고 가슴 한편이 따스해 옴을 느낀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운명적 공동체라는 인식이 너나없이, 없어진 지 오래다. 사회 곳곳에 파고든, 만연한 불신 풍조를 대안을 마련하여 하루속히 제거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각박한 현실을 허물고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가정에서 그리고 개개인이 몸담는 직장에서 서로 배려하고, 말 한마디라도 상대방을 위하고 한 발짝씩 양보하여야 한다, 나이기에 앞서 우리라는 공동체 인식을 우선시하는 풍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건강진단을 받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도 건강진단 같은 것이 있어서,병든 것을 하나씩 치료하여, 건강한 사회, 밝은 사회를 만들어 훈훈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문명화되어 편리한 만큼, 사람도 서서히 기계화되어가는 현실이 너무 슬프고, 현 세태라 불리기에 안타까움이 더해간다.

 

-글/주응규-

주응규 수필집 “햇살이 머무는 뜨락” 중에서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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