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결혼식
부모님 곁에서
하객을 맞이하는 내내
‘어쩌면 이 순간은
심판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오는 지,
얼마나 오는지에 따라,
어떻게 인생을 살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심판대.
물론,
하객이 많아야만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과 진정한 친구 몇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심판대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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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말도 할 줄 모르는
간난장이 일 때 엄마와 헤어졌다.
아빠를 길러주셨던 할머니는
돌아가신 지 오래였고,
아빠의 동생들도
연락이 닿지 않은 지 오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친형제가 아니기 때문에 라고 하자.)
엄마는 어디 가서 절대 이런 말
하지마라고 했는데, 나는 이제야 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지를 알 것도 같다.
아마, 그건
아빠가 지고 왔어야 할 심판대가
내게도 영향을 미칠까
두려웠던 탓일 것이다.
어쨌든
그 심판대를 갖게 된 건
아빠 탓은 아니었지만,
아빠의 삶 전체에
그리고 그 날 결혼식까지도
영향을 미쳤음은 확실한 일이었다.
식 전부터 많은 가족이
찾아온 엄마와 달리,
아빠는 언제쯤 가족이 올까.
누가 올까 계속 기다려야 했다.
아빠는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할까? 싶어
애처로운 마음이 들던 그때,
시부모님과 고모님이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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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시부모님은
아이를 돌봐주셨던 것은 물론,
온갖 짐과 돈을 챙겨 맡아주시고,
모든 하객이 자리를 떠날 때까지
도와주시다가 밤늦게야 귀가하셨다.
하객으로 초대했는데,
너무 많은 일을 하셨기에
엄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고 한다.
“정말 감사해요.
저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남아서 그렇게 까지 해주셨어요.
너무 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요“
엄마의 계속된 감사인사에 어머님은
“아휴, 사돈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해요.
우리 이제 ‘가족’이잖아요
가족은 그런 거 당연한 거예요.“
그 날 엄마는
‘가족’이라는 단어에
울컥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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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한 건 별로 없는데,
남편 덕에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가 가족이라는 건
아빠에게도 든든한 가족이 생긴 셈이니,
나도 잘 한 일이 있구나 싶어
감사하고,
또 다행이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 가족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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