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의 낮달
하늘 맑은 날
生의 비늘 온몸으로 떨구며
할머니는 허리를 꺾은 채
끝도 없는 가난의 낙엽을 줍고 있었다
전깃불이 돈 먹는 벌레라며
호롱불 촛불로 밤새 실눈을 뜨고
부엌도 없이 궁기 절은 단칸방에서
가난의 노을 한아름 안고 살았다
마실 다녀오는 길목에서
곧잘 줏어오던 희망이라는 돌멩이
그러나 마당 한편에 쌓이는 세월만큼
바느질 품삯은 더디기만 하였다
밭고랑 주름과 서리 앉은 흰머리
들러리가 된 젊음을 부운몽이라 여기고
날마다 빚던 꿈들 무지개처럼 펼치며
지나온 굽은 길 따위 되돌아보지 않았다
가을이 익어 무서리 내리던 어느 날
지는 生 바람에 펄럭일 때
우는 옛날 먼 눈으로 바라보던 할머니는
내 유년시절의 낮달이었다
-글/김상훈-
<시집/풀 각시 뜨락> 중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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