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영의 名曲 속의 영어
콜드플레이(Coldplay) ‘Viva la vida’
정통 록 넘버로는 드물게 빌보드 팝 싱글 차트 정상까지 오른 ‘Viva la vida’는 성경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으나, 종교적 색채를 띤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반대로 가사 전체를 해석해보면, 신의 피조물들 중 다수가 영원히 뜨거운 지옥에서 고통 받게 된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비판하는 느낌마저 준다.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은 멕시코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그림에 적혀 있는 “Viva la vida!”란 문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스페인어인 “Viva la vida.”를 영어로 번역하면 “Long live life!”(인생 만세!), 또는 “The life lives.”(인생은 계속된다)가 된다. 평생을 남편의 외도와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삶속에서도 끝까지 미술과 혁명에 대한 염원을 포기하지 않았던 프리다 칼로. 삶의 극심한 슬픔마저도 기꺼이 찬양할 줄 알았던 그녀의 태도는 마틴의 가슴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모든 악재를 다 당하고도 다시 큰 캔버스를 펼쳐놓고 그림에 몰두할 수 있는 그녀의 배짱이 매우 존경스러웠다.”
한때 권력을 지녔던, 하지만 지금은 초라한 위치로 전락한 한 왕의 이야기는 듣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권력자와 혁명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제도화된 종교와 진정한 신의 가르침 사이의 갈등일 수도 있다. 아주 단순하게 거리낄 것 없는 청춘과 소멸에 가까운 노년의 대비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우선 ‘Viva la vida’에 등장하는 성경의 이야기들을 살펴보자.
“I discovered that my castles stand upon pillars of salt and pillars of sand.”는 신약과 구약에 등장하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한데 섞은 것이다. ‘a pilar of salt'(소금기둥)는 창세기 19장 26절에 등장하는 롯(Lot)의 아내를 말한다. 그녀는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때 도망치다가 세속적 삶에 대한 미련 때문에 뒤를 돌아보았다가 소금기둥이 돼 버린 여인이다. 예수는 누가복음 17장 31-32절을 통해 “그날에 만일 사람이 지붕위에 있고, 그 세간이 집안에 있으면, 그것을 가지러 내려오지 말 것이요. 밭에 있는 자도 그와 같이 뒤로 돌이키지 말 것이니라. 롯의 처를 기억하라.”며 말세에 세상의 욕심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가르쳤다.
또한 ‘pillars of sand’는 마태복음 7장 24-27절에 등장하는 반석(solid rock) 위에 집을 지으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채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어리석은 자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니까 ‘a pillar of salt’나 ‘a pilar of sand’는 모두 세상의 권력이나 재력, 젊음 등을 뜻하며, 동시에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덧없는가를 말해준다.
‘My head on a silver plate.’는 ‘은쟁반 위에 놓인 세례요한(Saint John the Baptist)의 머리’를 뜻한다. 마태복음 14장을 보면 세례요한의 참형에 관한 내용이 잘 묘사돼 있다. 예수에게 세례를 베풀었던 요한은 로마의 지배하에 놓였던 유대민족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는 예수를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the Messiah)라고 외쳤는데, 이로 인해 당시 로마식민지 유대를 통치하던 분봉왕 헤롯의 미움을 사게 됐다.
옥에 갇힌 세례요한은 헤롯이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를 첩으로 삼은 것을 비난했고, 이로 인해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됐다. 헤롯의 생일잔치에서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뇌쇄적인 춤으로 의붓아버지를 기쁘게 했고, 무엇이든 소원하는 걸 다 들어주겠다는 말에 그녀는 주저 없이 요한의 머리를 달라고 했다. 성경에 헤로디아의 딸 이름이 살로메라고 적혀있진 않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희곡에서 살로메는 자신의 사랑을 요한이 받아주지 않자, 증오심에 불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돼있다.
이 가사부분 때문에 ‘Viva La Vida’가 대체적으로 프랑스 혁명을 주제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 경우 단두대(guillotine)에서 죽어간 불쌍한 임금은 루이 16세가 된다. “혁명가들이 은쟁반 위에 놓일 내 머릴 기다리네. 외로운 줄 하나에 달린 꼭두각시. 누가 임금이 되려 하는가?”(Revolutionaries wait for my head on a silver plate. Just a puppet on a lonely string. Oh who would ever want to be king?)는 죽음 직전 루이 16세의 심정과 정확히 일치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작 콜드플레이 멤버들은 이 노래가 특정 임금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권좌에서 밀려난 보통의 권력자들과 혁명가들의 얘기라고만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I know Saint Peter won’t call my name.”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첫째로, 지금은 천국 문을 지키는 베드로가 심판의 날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의 표현이다. 기독교 신앙에 따르면 베드로의 손에는 생명책이 들려있는데, 만약 거기에 이름이 없다면 영생의 구원을 받을 수 없다.
“난 항상 인간이 삶을 마친 후 세상에서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심판을 받는다는 게 놀랍다고 느꼈다. 하지만 기독교만 이런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이런 헛된 믿음 때문에 사람들이 건물을 폭파하는 것이다. 죽은 후에 여러 명의 처녀를 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나를 두렵게 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eternal damnation)를 말한다는 건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라고 마틴은 가사 속에 담긴 뜻을 설명하고 있다. 이 주장은 신이 자신의 피조물들을 저주로 심판하지 않는다는 아인쉬타인의 말과 비슷하다.
“I hear Jerusalem bells a ringing. Roman Cavalry(로마 기병) choirs are singing.”은 각기 다른 두 가지 것들의 충돌을 뜻한다. 예루살렘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로마 기병의 합창은 사상과 아이디어, 혹은 문명의 충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봉건세력과 혁명세력의 맞대결일 수도 있다. “Be my mirror, my sword and shield, my missionaries in a foreign field.”를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의 말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예수의 12제자 중 배반자였던 가롯 유다와 요한(세례요한 아님)을 제외한 열 명은 모두 기독교를 전파하다가 순교했다.
‘Viva La Vida’가 은근히 권력자보다는 혁명가들의 손을 들어주곤 있는 듯 보이나,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권력을 부도덕한 것으로 매도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인간사가 고통과 오욕으로 점철돼 있으나 그래도 삶은 충분히 예찬할 가치가 있고, 더 나아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부르짖는 듯하다. 권력자가 득세를 하든, 혁명이 구악을 제압하든, 어차피 역사는 흐르는 것이고 그 가운데 놓여있는 인간 개개인의 삶은 숭고하고 아름답다는 얘기가 아닐까?
‘Viva La Vida’는 엄청난 성공만큼이나 표절시비로 엄청난 구설수에 휘말렸다. 먼저 미국 얼터너티브 밴드 크리키 보즈(Creaky Boards)가 지난 07년 10월 공연 중 자신들의 노래 ‘The songs I didn’t write’를 연주하는 걸 마틴이 보고 베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행이 ‘Viva la vida’는 같은 해 3월에 이미 완성됐던 것으로 밝혀져 누명을 벗었다. 이듬해 12월 기타리스트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i)가 자신의 연주곡 ‘If I could fly’와 ‘Viva la vida’가 여러 부분 너무 흡사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콜드플레이는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새트리아니의 주장처럼 두 곡은 너무도 비슷했다. 결국 이 소송은 양측의 합의로 끝났다. 이외에도 프랑스 여가수 알리제(Alizee)의 ‘Jen ai marre!’, 캣 스티븐스(Cat Stevens)의 ‘Foreigner suite’와 흡사하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법정문제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았다.
From: IZM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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