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자 나는 남편의 자부심이다
혹독한
세상에 내던져진
청년들의 애환과 성장을 그린
드라마 ‘미생’에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가 등장한다.
어느 날 그는
정규직 자격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인생 중 단 하나도
완벽히 해내지 못했던
스스로를 자책하게 하는 데,
바로 그 때,
친척들에게 자신의 역성을 들며,
자랑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게 된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한다.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드라마를 볼 때 나는
장그래와 함께 울고 있었다.
그건 나또한 엄마의 자부심임을
깨달은 탓이었고,
그와 동시에 스스로가 아닌
‘자식’이 자부심이 되어버린
엄마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엄마에겐 죄송하지만,
난 그 때 다짐했다.
나는 자식이나 남편이
내 자부심이 되지 않도록
더 나를 사랑해야겠다고
그때는 타인이
내 자부심이 되려면,
스스로는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며칠 전
남편이 그토록 바라왔던
바람이 이루어 졌다.
서울 버스 회사에
입사하게 된 것.
오늘 이 날을 위해 그는
밤 낮 없이 12시간이 넘는 운전을 해왔다.
추운 날도, 더운 날도 가리지 않았다.
그러니 이 것은 그에게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남들에게 ‘소식’을 이야기하는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이상하게
운전을 열심히 해온 건
남편인데,
내가 다 뿌듯하고,
내가 뭔가 해낸 것만 같다.
엄마가 말했다.
“이야, 너 정말 좋겠다.
뿌듯하지? 정말 고생했다,
엄마한테 말도 안하고 1년 간
혼자 회사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어.
대견하다 우리 딸“
어? 정말 그랬네?
남편이 운전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나는 그에게 퇴사를 권유했다.
그리고 1년 넘는 기간 동안
혼자 생계를 책임졌다.
그 뿐인가.
그가 출근한 동안,
나는 아이를 돌봤다.
눈이 오는 날은
집 앞 눈도 깨끗이 치웠다.
생각해보니,
가족이 된 순간부터
혼자만 잘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은 함께 이루는 것이다.
즉, 내가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건,
그만큼
가족의 희생이 있었다는 뜻.
우리가 단합해서 함께 했다는 뜻.
아마 그래서 엄마에게
내가 자부심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마 그래서 남편이
내 자부심이 된 게 아닐까?
(서른한 살이 되어도
문장은 물음표로 끝나네.)
-글/날며-
<결혼일기>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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