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동료와 점심시간-

참 착하고 멋진 친구인데,
아직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 해 아쉬운
친구에 대해 말하던 중 함께 대화를 나누던
동료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그러면! 날며님이 친구 분께 좋은 남자를
소개 시켜주세요! 그러면 되지 않아요?”

사실
난 원래 이런 캐릭터는 아니지만,
갑자기 이렇게 대답 하고 싶어졌다.

“ 그런 사람 없어요.”

“아.. 그래요……?”

“네, 이미 너무 괜찮고 좋은 남자,
제가 데리고 살잖아요!
이젠 그런 사람 없어요!”

“아아아아악!!!!!!!아악!!!!!!!!뭐예욧!!!!!!”

————————

-오후, 사무실 (카톡)

[오늘 남편이랑 데이트 해? -15:01 똘]

[오잉? 내일이 동생 결혼식인데,
웬 데이트- 15:06 날며]

[어??? 너 오늘
결혼기념일 아니야??? -15:16 똘]

친구에게 온 카톡을 보고 아차 싶었다.
급히 모니터 하단을 보니,
오늘이 정말 12월 15일,
그러니까 내 결혼기념일이 맞았다.

내가 나에게 놀랐다.
어떻게 내가 결혼기념일을 잊을 수가 있지?

동생 결혼에 신경 쓰느라 그런 걸까?
아니면 오늘이
12월 15일인지를 몰랐던 걸까?
진짜 그도 아니면,
이젠 기념일계산기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을 만큼
무감각한 주부가 되어버린 걸까?

뭐지 그 무엇이든
결혼기념일을 잊은 나는, 뭔가 낯설었다.
내 마음이 어쨌건 글을 써야 퇴근하기에,
복잡한 마음으로
한 자 한자 적어 내려가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 날며님이세요?”

“네? 누구세요?”

“3층에 날며님께 꽃 배달 왔습니다!”

이상한 두근거림.
진짜 지금까지 내가 알던 남편은
이렇게까지 로맨틱한 캐릭터는 아닌데,
남편인가? 아침에 아무런 말도 없었는데 진짜?
정말? 말도 안 돼 주소도 모르잖아.
그런데 그럼 누구야 도대체. 진짜? 남편?
아 정말 남편이었으면 좋겠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복도에 나가니,
진짜 내게 누군가 익명으로 보낸
꽃바구니가 와있었다.

그리고 그 꽃바구니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동생 결혼식에 묻힐 수 없지!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진짜 남편이었다.
혹시 몰라 업체에 전화했는데,
직원 분께서 한자 한자 남편의 이름을
읊을 때 느낀 황홀함이란!

말도 안돼!
이건 정말 상상도 못한 일!
말도 안 돼!
문구도 너무 로맨틱해!
상황도 너무 적절해!
모든 게 지금 모든 게 너무 완벽해!
어쩌면 오늘의 이 행복을 느끼려고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게 아닐까?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정말 말도 안 돼.

내가 정말 입이 귀에 걸리긴 걸렸나보다.
동료도 자신의 일처럼
너무 행복하다며 축하해주고,
배달해주신 아저씨께서도 박수쳐주셨다.

그리고 동료가 내게 말했다.

“남편분 정말 멋지네요!
진짜 점심 때 날며님이 했던 말 인정!”

방금 남편에게 회사가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오면 정말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
너무 멋진 남편이라고 이야기 해줘야지!

진짜 내가 오전에 했던 말 맞는 것 같다.
눈을 씻고 봐도 내 주위엔
괜찮은 남자가 없다!
이미 내가 데리고 사니까!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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