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모두 그대로였다

돌아보니 모두 그대로였다

동생 결혼식이 모레인데,
마땅한 옷을 준비하지 못했다.

물론, 그동안 백화점이며, 아울렛이며
이곳 저곳 다니며 구경했지만,
어쩐지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했다.

내 몸 늘어난 것은 생각 않고,
예쁘면서 날씬해보이는 옷을
찾느라 그렇기도 했지만,실은
정말 예쁘다! 싶으면,
조용히 가게를 나와야 할 만큼
가격이 뜨악했고,
괜찮은 가격이네 싶으면
왠지 마음에 쏙 들지 않았다.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오늘은 무조건 사겠다는 일념으로
동네 옷 가게에 방문했다.

다행이었다.
마음에 드는 옷이 두 벌이나 있었다.
빨강색과 베이지 색.
베이지색은 날씬해보였고,
빨강색은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갖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솔직히 빨강이 확실히 마음에 들었지만,
결정하긴 어려웠다. 베이지색이
조금 더 날씬해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에.

혼자서는 도저히 결정할 수 없었던 난,
아주머니께 여쭈기에 이르렀다.

“저 혹시, 베이지색이 더 날씬해 보이죠?”

아주머니는 뭔가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반문했다.

“ 빨강이 마음에 드는 거 아니었어요?
난 손님 표정보고 딱 그런 줄 알았는데“

“하하, 네 그렇긴 한데요.
왠지 베이지 색이 더 날씬 해
보이는 것 같아서요“

“아이참~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당당해져요!“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멀뚱 쳐다보니,
아주머니께서 너그럽게
웃으시며 거울을 가리키셨다“

“자~ 저를 보세요.~
저 다른 여성분들에 비해 키가 크죠?“

“ (소극적으로 끄덕 끄덕)”

“ 저요~ 저도 옛날엔
손님이 지금
날씬해보이고 싶은 것처럼
키가 작아 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늘 운동화를 신을까,
하이힐을 신을까 고민했었죠.
하이힐을 신고 싶었는데도 말이에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내가 운동화를 신던 하이힐을 신던,
난 그냥 키가 커요.
그건 이미 바꿀 수가 없어요.
내 몸이잖아요.

손님도 똑같아요.
그냥 좋아하는 거 하세요.
조금 더 날씬해 보이는 걸 위해서,
좋아하는 걸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럼 그냥 좋아하는 거 하세요.
그래야 후회가 없어요.“

선택이 한결 쉬워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쇼핑백에 빨간색 원피스를 넣고
가게를 정말이지 만족스럽게 나섰다.

생각해보면, 나는 줄곧
지금 당장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든 감춰보기 위해
부단히도 애써왔다.

날씬해 보이기 위해, 착해 보이기 위해,
예뻐 보이기 위해, 지적여보이기 위해,

그리고 그 척을 하는 동안,
실제 내 마음이 외치는 외침은
줄곧 무시했다.

아주머니 말씀에 내가 놀랐던 건,
생각해보니 그런 척은
나를 달라보이게 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크게 달라 보일 것 같았지만
나는 하나도 숨기지 못했다.
나는 그냥 나다.

그렇다면
그냥 나답게,
그냥 당당하게
후회 없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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