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 넌 그냥 내가 편하게 있는 게 싫지?”

그래 싫다.
네가 누워 있는 꼴을 못 보겠어.

나는 회사원으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쉴 새 없이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데,
도대체 네 삶은 왜 그렇게 단조롭고 편하니.
쉬는 날 꼭 그렇게 잠만 자야겠니?
도대체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너만 이렇게 편하게 쉬는 거냐고.
만약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니. 진짜.

고질병이다.
잘 참다가도 꼭 이렇게 한 번씩
갑자기 울컥 치밀어 오르고
수건 비틀어 짜듯 심사가 뒤틀리는 날이 온다.

오후 세 시.
나는 남편에게 일어나라고 짜증냈다.
나는 청소해야 하니 설거지라도 하라고 명령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죄냐고 퍼 부었고,
너는 너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라도 비난했다.
그리고 차마 내 뱉지는 못했지만,
‘너 때문에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마음으로 읊조렸다.

그는 나의 결투신청을 받아드리지 않았다.
내가 그를 향해 열심히 잽을 날리는 그 순간에도,
그는 머리 끝 까지 이불을 덮어 올린 채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분노는 한껏 더 치밀어 올랐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억울하다. 억울해서 주먹을 꽉 쥐고 힘차게 걷다가,
금세 발걸음은 느려지고
고개는 천천히 떨궈진다.
알 수 없는 슬픔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힘든 일하고 쉬는 그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예정 없던 후회와 죄책감에 괴롭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그가 내게 했던 나쁜 행동들에 대해 생각하며,
다시 전투력을 상승시켜보려 노력해도,
역시 나는 그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아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었다.

화를 내는 대신,
나는 차라리

여보, 그동안 일하느라 힘 들었지?
잘 알고 있는데, 있잖아.
실은 나도 너무 힘들다?

여보 실은 나는 그동안 여보랑 싸우고 나면,
꼭 마음 속 으로 살기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어.
언젠가 옛날 엔 그냥 눈 감으면
내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진짜 살기 싫은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아니더라고.
아직 아쉬운 것들 투성이더라고. 내 삶이.
나는 아직 여보랑, 날자랑, 부모님들이랑
만족할 만큼의 추억을 쌓지 못했더라고.

돌아보니 난 그 누구보다도
살고 싶어 하고 있더라고.
그런데 나도 정말 바보 같은 게
좋게 말하면 될 걸 자꾸 화를 내고 있는 거야.

여보 나 너무 살고 싶어.
나 너랑 살고 싶어.
나 너랑 잘 살고 싶어.
나 너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

난 너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아.
그저 너랑 더 잘 살고 싶을 뿐이야.

그런데 여보,
여보랑 함께 하는 건 너무 좋은데,
오늘처럼 살고 싶지 않아.

우리 언젠가 꼭 서로의 종착역에
멈춰야만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잖아.
그러니까 이 기차가 멈추기 전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 맘 대해
즐겁게 채우고 싶어.

그래서 시간 다 되어
내려야 할 그 날엔,
이제 정말 안녕해야 할 그 날엔

‘그동안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고,
‘당신을 만나서 행복했다’고
인사 받고 싶다?

그런데 오늘 같은 상황이 계속 되면,
나 너무 많은 후회를 할 것 같아.

물론, 여보 애쓰고 있는 거 잘 알지.
가장의 의무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찰 거야.
아마 여보 어깨에 있는 그 무게는
나는 상상도 못할 만큼 무거울 거야.

하지만, 여보 그래도 가끔은
여보가 쉬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
우리도 좀 생각해줘요.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좀 봐줘요.
우리 미래에 살고 있지 않은 데
나중에 잘 살기 위해
현재를 이렇게 보내버리진 말자.

오늘 화내서 미안해.
이젠 안 그런단 말도 못하겠다.
좋게 말하려고 노력할게,
여보도 좀 부탁해요.

이렇게 말할 걸.
예정 없던 사과의 말들만
머릿속에 맴 돈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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