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30년 간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진짜 제 아이들에게
소홀한 순간이 너무 많았고,
아이 학예회에도 가지 못했지만,
그래서 슬픈 순간이 많았지만,
그 때마다 기도했어요.
‘주님, 제게 주신
사명을 다 할 테니,
주님께서 제 아이들을
잘 키워주세요‘
그리고 진짜
그 소원이 이루어졌답니다.
아이들이 모두 잘 커주었고,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요.”
며칠 전 날자의
학부모 상담에 갔다가,
‘사명’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원장님께서는 분명
‘사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누군가에게
그 단어를 직접 들어본 적이 없어서
낯설고 생경하다고 느끼는 한편,
‘사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와 깊이에 크게 감동했다.
‘사명’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정확히 그 느낌을
가늠할 순 없지만,
뭔가 매우 멋지고,
황홀한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명’을 갖고 살고 싶다. 나도,
어떤 사명을 갖고 살아가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사명은
개인적인 일보다는,
모두를 위한 일이 면서,
내게 재능이 있는 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누군가를 위한 일을 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이 아니고,
경찰도 아니고, 의사도 변호사도 아니다.
역시 공부를 잘했어야 했나.
꼬박꼬박 ‘월급’받고
광고 글을 쓰는 나는
사명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이번 생에 ‘사명’ 갖긴 틀린 걸까.
그러다 우연히,
오랜만에 드라마
‘심야식당’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명은 모두를 위한 일이되,
꼭 거창한 일은 아니어도 좋다.
심야식당에 나오는 마스터처럼,
오늘 하루를 굳건히 견딘 사람들에게,
하루 새 쌓였던 긴장을
잠시나마 풀리게 하고,
곧 노곤노곤 배불러 기분 좋은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게 사명이 될 수 있다.
긴장을 놓치지
않아야 되는 일이라
때론 힘들지만,
매 순간 신호에 집중하며,
승객이 원하는 곳까지
잘 데려다 줄 수 있다면,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곧 남편의 사명이다.
사명이 모두를 위한 일이며,
약간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
아마 내게 글 쓰는 재능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은
‘사명’으로 가져도
좋다는 신호가 아닐까.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땐 위기에서 구해주고,
어쩔 땐
어이없어서 피식 웃음 나고,
어쩔 땐 분노가
들끓어서 살아있다는 걸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글.
내 맘과 같다는 생각에
‘내가 이상한 건 아니구나,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니구나,‘
생각할 수 있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어졌다.
‘사명’을 갖고 살아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쿵쾅쿵쾅 설레고,
환상적인 일인 것만 같다.
그리고
이 공간에 원하는
글을 적을 수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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