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이야기

우렁이 이야기

새로 수염자리
돋아 난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TV를 끄고
마루에 누워서
별을 바라본다.

별보다는 아무래도
자동차의 불빛이
더 빛나 보이는
아들은 그만 지루해서
두 번이나 하품을 한다.

나는 우렁이
얘기를 한다.
옛날에 옛날에
새끼 우렁이가
야곰야곰
어미 우렁이를
다 파먹어서

마침내
어미 우렁이는
껍데기만 남았더래.
그래서

텅 빈
어미 우렁이가
냇물에 동동
떠내려 가자

그것을 본
새끼 우렁이가
야, 우리 엄마
보트 놀이 한다 고
깔깔 웃더래

아이는 재미나서
와락 달려들며
야, 어미 우렁이 파먹자 하고
간지럼을 먹이는데

문득 온몸을 비틀며
내가 파먹어
멀리 떠내려 가 버린

내 어미
우렁이가 그리워

천길 낭떠러지로
별이 떨어진다.

-글/문정희-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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