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아지트
학창시절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곧잘 나누곤했다
“우리 나중에 크면,
돈을 모아서 꼭 아지트를 만들자!
그래서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그냥 친구가
생각나는 날 와서
편하게 쉬다가,
또 우연히 맘 통해서 만나게 되면,
신나게 밤새 수다 떨고 그러자!“
그 때는 잘 몰랐다.
우리가 그런 생각을
한 그 순간부터,
그 말을 한
그 순간부터,
이미,
우리 관계 속에
언제든 편히 찾아와 쉴 수 있는
아지트가 생겼다는 것을.
–
어느 날, 문득
친구가 필요했던 그 어느 날,
친구들이 모두 바빴다.
하필 이럴 때 모두 바쁘다고,
혼자 투정하고 푸념하다가,
학창시절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친구를 매일 볼 수 있다는
점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때는 정말 매일 매일
당연하다는 듯
친구를 봤었으니까.
아마 그런 좋은 날들을
다시 만나긴 어렵겠지.?
나이를 먹으면서
싫지만 익숙해져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친구들에게
가정이 생겼기 때문에,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없다는 사실,
어쩌면 통화도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
정말 어쩌면
내가 정말 마음이 아픈 날
나와 함께 해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는 뼈아픈 진실
이 모든 사실이
아직은 낯설고,
또 아직은 아픈 게
사실이지만,
그래서 그런 날엔
조금 시리고 적잖이
외로운 게 사실이지만,
많이 슬퍼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날은 우리들의 아지트에
그저 혼자 와 쉬었을 뿐이니까.
또 언젠가 맘 맞는 날,
내가 있는 이곳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또 나와 밤새 신나게
수다를 떨어주겠지,
해 지는지 모르고,
달 지는지 모르고,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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