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춤을
누구의
몸을 빌어
세상 빛을 보았든
생이란 어쩌면
잘 차려진
식탁인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생의 경작보다
늘 연장을 탓하고
무엇인가 억울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항상 인생을
부운몽(浮雲夢)에
갖다 붙이곤 하였다.
삶에 대한
모든 것을 초탈하여
통상 물질과 권력, 명예의
부질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노력하면 될 일도
가당찮게 뜬구름에
비유했던 것이다.
이는 명백한
나의 오류이며
면죄부를 획득할 수 없는
자가당착이었다.
인간적인
아쉬움도 컸다.
세상과 조금만 타협을
했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많이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순수를 고집하며
연극에 미쳤던 것이
화근일 수도 있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바가 없었다.
나를 스쳐간 인연들의
그 연연한 빛남이 고와
그저 송구할 따름이고
특히 아내에게 미안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 아내에게
생애 첫 시집에서
첫 번째로 손에 잡힌
첵에 사인을 해서
선물로 줬다.
아내는 책을
품에 안고 불긋해진
눈시울로 딱 한 마디만 했다.
“고마워요. 고생하셨어요”
다음 날
아내가 장사를 나간 뒤
안방에서 발견한 것은
그녀가 가장 아끼는
핸드백 안에 얼굴 삐끔
“풀 각시 뜨락”이
꽂혀 있는 것이었다.
글/김상훈
-첫 시집 ‘풀 각시 뜨락’을 출판을 기념하며-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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