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하는 일

마음이 하는 일

집과 차를
구매하는 것 말고도,
‘돈’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지를
눈으로 직접 하나 둘씩 확인해가며,

‘돈’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절절히 깨닫고 있는,
서른 살의 나

지금껏 내가 본,
돈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돈은 지금 막 절벽에 떨어져
단 한 손으로 위태롭게
숨을 헐떡이는 사람을
손 쉽게, 말도 안 되게
수월히 구할 수 있고,

부모님께,
친구들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마땅히 해야 할 도리들을
지킬 수 있게 하고,

어디서든
당당한 사람이 되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다양한 교육환경은
아이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도 바꿀 수 있으니
이 보다 두려운 존재가 또 있을까.

게다가 사람을 살리고,
벼랑으로 내 몰기도 하는
이 ‘돈’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니
우리는 또 얼마나 세상을 불안하고
애처롭게 살고 있는 걸까.

몇 달 전
친구 할아버님 상으로 인해
조문 갔다 돌아오는 길,
동행한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 있잖아. 나 오늘
처음으로 돈이 있는 게
참 고마운 거란 생각이 들었어.
만약 돈이 없었다면
친구가 진심으로 염려 되도
찾아 가기 힘들 것 같더라고,
그렇지 않아.?“

그러자 친구는,

“그렇지,
맞아, 마음은 눈에 안보여
염려하는 마음, 축하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은
‘돈’이 있어야만
표현할 수 있다고. “

“응?”

“생각해봐,
만약 진짜 가난해서
부모님 상을 치를
비용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면,
선뜻 그 비용을 고민 없이
내어주는 친구가 고마울 까,
아니면 밤새 곁을 지켜준
친구가 고마울 까?“

당연히 둘 다 고마운 일이지만,
왠지 그 상황이라면..

자식의 도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 준 친구에게
더 크게 감사
..하..지…않……을………….까…

생각이 그렇게 다다르자,
‘돈’이 많지 않은 내 현실은
척박하고 슬픈 것이었다.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일이 닥쳐도
절망에서 구출해줄 수 있는
큰돈이 없으니까.

게다가 마음은
‘돈’으로만 표현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반박하기도 어려웠다.

성인이 된 이제는
돈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아껴줄 수 있는 걸까?

정말 오랫동안 생각했는데,
마음에 차는 답이 나오지 않아
갑갑하던 여러 날,

며칠 전 어머님 생신 상을
직접 준비하면서야
‘마음에 드는 답을’ 얻었다.

그 날 참으로 신기했던 게,
요리를 하는 내내 내 ‘뇌’가
오로지 어머님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동안 있었던
이런 일, 저런 일,
감사했던 일, 서운했던 일,
상처받았던 일, 감동받았던
일들이 하나 둘 떠올랐고,

마지막엔 새벽에 나를 위해
생일상을 차려주셨던 어머님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그 때 깨달은 것이다.

‘ 어느 시구처럼
정녕 소중한 마음은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을,

직접 찾아 나서는
어려움을 각오해야만
그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똑같이 해봐야만
그 맘을 알 수 있도록
되어있다는 것을’

딸일 땐 엄마를 몰라도,
결혼 후엔
엄마를 알아가게 되는 것처럼.

어렸을 땐 몰랐던
아빠의 부담감을
부모가 되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물론, 나를 위해 큰돈을 턱 내준
그 친구도 정말 고마운 친구겠지만,

바쁜 열일 제쳐두고,
회사에서 눈총 받아가며 칼 퇴근 한 후
지금 힘들어할 친구를
위해 달려가 보면,

졸리고 힘든 몸이지만,
친구 곁을 지켜주기 위해
몰래 화장실에서 뺨도 때리고,
세수도 하다 보면,

그 제서야 알 수 있다.

‘ 아 이건
갚을 수도 없는
마음이구나,
내가 엄청 난 걸
받았던 거구나‘

물론, 이렇게 깨달아도
나는 아직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어서
소중한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해주고 싶다.

하지만, 서른 인 나는
이젠 부자가 되려면 로또 정도는
당첨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아니까,

가능하다고 해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다 해야지’
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오늘부터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미루지 않고 다 주어도
더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이,
한껏 마음 쓰기로 했다.

더 많이 감사하기로 했다. 나는,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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