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버스

시골은 총각의 밤을 기억한다
시간이 새벽 장터로 달려간 까닭에
온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이 밤 지나 새벽이면 회치는 닭과 함께
장터에 비스듬히 누워있을 그를 만나러 간다
설렘에 별빛도 잠을 못 이뤘나 싶다

모깃불에 그을린 고향의 정취는
간밤 꼬리 수없이 달린 여우에게 혼을 놓았다
혼미한 샛별을 눈곱처럼 떼고
할머니의 굽은 허리춤에 해를 건다

장터 곳곳에 놓인 저마다
삶이다
길쌈이며 베틀이며
날줄 씨줄에 얽힌 머리 땋은 세월
갸름한 어깨춤에 갈 길이 멀다

비산의 향긋한 가을과
동구 밖 저 멀리 이는 흙먼지
기다림에 지친 눈동자가 반짝인다

울림 가득한 공터엔 풀뿌리처럼
인생사 그 뿌리가 자라고 있다

미세먼지에 밀려 흙먼지 가득한
깡통 버스의 추억이
모처럼 밝은 하늘에 미소처럼 번진다

가을 하늘 투명한 구름 속
코스모스 가득한 마음의 버스
그 차창 너머 밝은 숨결이 희망이다

-글: 청정/엄상우-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Art By
Normil, Andre in Hai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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