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는 게 이기는 것
이전 회사에 다닐 때 일이다.
우리 회사는 매년
12월에 진급 시험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팀은
그 기회가 잘 오지 않았다.
그래도 2015년 그 때는!
우리 팀에서도 세 명의
선배가 응시했었기에
기억이 또렷하다.
다 붙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때론, 신은 누군가에게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기 그지없다.
결과적으로 가장 오래 일하고,
가장 나이 많은 언니만 떨어지고,
나머지 두 명만 붙었기 때문.
퇴근 하는 길.
나는 골목 어귀에서
언니를 보고도 못 본 체 숨었는데.
이유는 언니가 엄청 취해서
‘으아아앙 ’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
나는 생각했다.
자존심 강한 그 언니가
이 상황을 버틸 수 있을까?
잘은 몰라도, 그 언니 곧
회사를 그만 두지 않을까?
그런데. 웬걸.
다음 날 그 언니는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출근해
진급한 나머지 동료에게 축하인사를 전하곤
자신의 업무에 열중했다.
그 때 처음으로 ‘
져도 멋있을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언니가
웃고 있다고 해서
마음도 기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또 다시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졌던 것이다.
이기는 삶을 살고 싶지만,
모두에게 부탁 따윈 하고 싶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당당해지고 싶지만,
실은 인생을 살면 살수록
그렇게만 산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난 싫어도 때론 져야만 하고,
부탁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에겐 아쉬운 소리를 해야만 한다.
결국 늘 이길 수만은 없다.
하지만!, 나만 지는 것은 아니다.
최고를 달리던 선배가 후배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는 일도 있고,
가족을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일도 있고,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정해 주어야 할 때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지며 살아간다.
물론, 나는 아직 이런 상황이 두렵고,
어렵고, 슬퍼서 눈물 나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예전만큼
충격적이진 않다는 점이다.
아마 그건,
이기기만 하는 일보다 잘 지는 일이
훨씬 대단한 일임을 알기 때문이고,
나도 이길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고,
어쩌면,
주어진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잘 지는 것이 이기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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