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 (1)
<처칠>편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포위된 영국,프랑
스, 벨기에 연합군의 극적인 해상 탈출을 다룬
영화 덩케르크(Dunkirk)는 정말 흥미로운 작품
이다.무엇보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큰 감동을
경험한 이유는 영화의 70%를 아이맥스 카메라
로 촬영하고 나머지 30%는 슈퍼 파나비전 65
mm로 촬영한 뒤에 70mm프린트로 뽑아내면
서까지 스팩터클한 영상을 만들어냈다는 작품
의 기술적 성과 때문이 아니다.사실 이전 전쟁
영화들과 비교해 이 영화는 없는 것이 더 많다.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가는 불사신 같은 영웅이
없고 눈물 훌리며 가족 사진을 찾는 군인이 없고
무시무시한 화력으로 총을 쏘며 달리는 적의
얼굴이 없다.대사도 적고 포탄에 찢기거나 총탄
때문에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도 등장하지
않는다.그런데 관객 모두를 영화 내내 악몽 속
에 몰아넣고 영화 속의 군인들처럼 사력을 다해
그곳에서 빠져나오도록 만든다.그리고 관객은
그 악몽같은 지옥에서 빠져나온 뒤에야 크리스
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이 영화를
만든 이유를 깨닫게 된다.그것은 현실에 포위되
어 전쟁터 같은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의 삶이
어떠한지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우리들의 암담
한 모습이다.그리고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부단히 우리가 이 전쟁과 같은 현실을 견디고
이기게 해주는 ‘희망’에 관한 찬사이다.
처칠은 독일군이 맹렬한 기세로 유럽을 삼켜가
던 시기에 영국 수상으로 선출된다.그가 취임하
던 날엔 바로 벨기에와 네덜란드까지 독일군이
밀고 들어온다.연합군은 그 기세에 밀려서 결국
프랑스 덩케르크 해변까지 내몰린다. 마침 영국
의회에선 적당히 독일의 히틀러가 원하는 것을
내어주면서 이른바 햇볕정책을 통해 전쟁의
피해를 줄이자는 주장이 나온다.하지만 처칠은
히틀러와의 타협 대신에 아래와 같은 결연한 대
국민 연설로 공포에 떨던 영국인들의 마음을 하
나로 묶고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독일과 당당
히 맞서는 쪽을 선택한다.
“여러분들은 제게 우리의 정책이 뭐냐고 묻습니
다.나는 밝힙니다.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라고.하나님께서 주신 우리의 힘
과 능력을 다해 그간 인류가 저지른 개탄스런
죄악의 목록 가운데에서도 가장 극악한 폭정과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정책입
니다.”
사실 수상이 되기 전까지 처칠의 삶은 숱한 실패
로 얼룩져 있다.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지만
학교 생활이 평탄치 않았다.상습적인 지각에 급
우들과도 자주 다퉜고 품행이 나쁜 학생으로 기
록되어져 있다.특히 수학 과목에서 낙제가 잦아
사관학교 입학에만 3수를 했다. 장교과 된 뒤엔
쿠바나 인도 등의 국가에서 복역했지만 존재감
이 전무했다.이후 종군기자를 하면서 어느정도
명성을 쌓게 된다.이때 그의 글쓰기 경험은 후
에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데 커다란 영향을
준다. 이후 정치에 입문해 여러 번 낙선도 경험
했고 영국 해군 장관직에 올랐던 1차 세계대전
중에는 작전 실패의 책임을지고 스스로 장관직
에서 물러나기도 했다.하지만 그의 삶 전체에
대한 기록을 보면 그는 온갖 도전 앞에서 물러서
는 법 없이, 포기하는 법 없이 최선을 다했으며
그의 운명은 매번 스스로 돕는 그를 도왔다.그건
아무래도 약점을 극복하고 뭐든 해낼 수 있다는
그의 믿음, 바로 매일 아침 그의 머리 위에서 빛
났을 희망이었다.
처칠이 수상이 되고 보름 정도가 지난 뒤에 전개
된 작전이 바로 영화에 등장한 덩케르크 해안에
서의 연합군 구출작전 “Operation Dynamo”이
다.처음엔 잘 해야 3만 명 정도를 구출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무려 34만 명 이상이 구출된다. 이
작전엔 특이 사항이 있다.신임 수상 처칠의 리
더쉽을 통해 애국심이 발동한 배를 보유한 선주
들의 참여가 뜨거웠다는 점이다.각종 수송선과
유람선을 모는 선장과 어부들 상당수가 연합군
구출작전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물론 전쟁사 전
문가들에 따르자면 이들이 그 많았던 연합군의
구출작전에 미친 영향력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고 한다.하지만 절망감에 사로잡혀서 해안
에 고립된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연합군들에
게는 영국 시민들이 끌고 다가온 배들이 절망의
하늘에 떠오른 희망의 태양임이 분명했을 거라
는 생각이다.영화에서 연합군 구출작전을 현장
지휘하던 해군 사령관이 망원경으로 해안에
접근하는 수많은 민간 어선들을 보면서 놀라 한
마디 하자 그의 곁에 있던 해군 중위가 묻는다
“What (뭐가 보입니까)?”
“Home(고향집이 보이네)!”
해안에 고립된 연합군들에게 절실한 희망은
아마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다.해군
사령관은 내내 절망 속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
다가 그 희망을 보고나서야 환하게 미소 짓는
다.
이런 가슴 뜨겁고 극적인 구출작전의 미담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전쟁 불간섭주의까지 흔들린다.결국 일본의
진주만 침공이 계기가 되어 미국이 영국군과
연합군을 이끌고 1944년 6월6일 프랑스 노르
망디 상륙작전을 펼쳐 독일군의 기세를 꺾기
시작한다.이때 덩케르크에서 구출된 병력이 그
들 기억 속에 남겨져 있었을 희망의 태양, 그
불씨를 안고 다시 전쟁에 참여해 전세를 뒤집기
시작하는 기적이 일어난다.절망 속에 가슴에 품
는 희망이 더 힘이 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증명하기 시작한다.
-글/김감독 DP-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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