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서랍>

출근길 기차에서였다. 스마트폰으로 이런저런
뉴스를 찾아보고 있는데 멀리 사는 친구로부터
내게 뜬금 없는 내용의 문자가 도착했다.

“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 친구의 문자를 보다가 그냥 피식 웃음이
났다. 왜 웃음이 났는지 생각하니 또 웃음이
났다.불혹(不惑)의 나이를 지났는데도 나
역시도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고 산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간단한
회신 문자를 보냈지만 안 보낸만 못 하다고
생각하며 후회를 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나는
친구가 보내준 문자를 생각했다.그러나 바로
머리를 비운다.어제 확인한 오늘 나의 일정이
딴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빡빡하다는 걸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자마자 업무 일정표를 정리하려고
메모패드가 담긴 책상 서랍을 열었다.그 안에
세금 보고서,작년도 달력,아이의 학교 일정표,
비타민,월급 명세서,신호위반 벌금 고지서,향수,
열쇠들,건강 보험카드, 지난 세월의 사진들,
시집 서너 권,카메라와 렌즈들,이미 죽은 베터
리,우산,지도,지난 겨울 사용했던 장갑과 머플
러가 한 눈에 들어왔다.

나는 또 혼자 살며시 웃고 만다.그리고 갑자기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어졌다.다음과 같이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너에 대해 궁금하다면 네 책상 서랍을 열어 봐!”

-글/김감독-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Art by Son, Jin Gul. 손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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