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저녁연기 같은 것이다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마을,
초가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가 바로 시다.
해가 지는 것도 모른 채
들에서 뛰어놀다가
터무니 없이
기다랗게 쓰러져 있는
내 그림자에 놀라
고개를 들면 보이던
어머니의 손짓 같은 연기.
하늘로 멀리멀리
올라가지 않고
대추나무 높이까지만
피어오르다가
저녁때도 모르는
나를 찾아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논두럭 밭두럭을 넘어와서
어머니의 근심을 전해주던 저녁연기.
이게 바로 시다.
저녁밥을 먹으려고
두레반 앞에 앉으면
솔가지 타는 내가 배어 있는
어머니의 흰 소매에서는
아련한 저녁연기가
이냥 피어오른다
-글/오탁번-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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