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사는 이유

 

내가 잘 사는 이유

남편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
화 낼 줄은 알지만,
왜 화내는 지 설명할 줄 모르고,
기쁘지만 왜 기쁜지 표현하지 못한다.
‘말’과 친하지 않은 사람,
그게 우리 남편이다.

그런 남편이 최근 부쩍 퇴근 길
내게 전화하는 일이 많아졌다.

한 번 통화를 시작하면
최소 40분에서 한 시간 가량
전화를 끊지 않는데,
문제는

이젠 우리가 한 시간을 통화할 만큼
서로에게 새로울 일도, 궁금한 것도
많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비슷하게 지날 뿐
신나서 조잘댈만한
환상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는 다는 데 있다.

처음 말 하는 것 같아서
열심히 떠들다 보면,
이미 열 번 이상 한 말인 경우가 많고,
하루간의 안부를 묻다보면
현실이 너무 크게 와 닿아서
한숨만 나오거나 초조해지곤 한다.

결국 전화를 이어나가려고
우리는 할 만한 이야기를 찾는데,
이럴 때 가장 만만한 것은
역시나 ‘과거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거 이야기라는 게
매번 다른 번호를 찍어도 꽝만 나오는 복권처럼
결국은 서운 했던 일들이 튀어나오고
늘 마지막은 싸움으로 끝이 난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요새 우리는
매일 싸우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매일 싸우면 지쳐서
전화를 안 할 만도 한데,
나와 대화를 하고 싶은지
남편은 매일 퇴근 길 내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어제도 또 싸웠는데,

“내가 집에서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고!‘
라고 그가 말했다.

싸우다가 한 말이었는데,
자신 스스로도 솔직한 마음을
표현한데 놀랐는지 멈칫 하는 것 같았고,
비록 전화지만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감정표현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도 나도 말을 잇지 못했는데,
공백이 길다고 생각할 그 즈음
내 대답을 재촉하듯
다시 한 번 더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없어도, 될 것 같단 말이야”
라고,

아마 그는
“아니야, 당신이 없으면 절대 안 돼
당신은 내게 진짜 필요한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지 못했,, 않았다.

꼴난 자존심에,
싸우던 도중 그런 말을 해주기 싫었던 것이다.
결국 우린 그렇게 찝찝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는 그런 생각을 했을까?
정말 내게 그가 없이도 잘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되돌아보면, 지난 며칠 간 우리는
함께 밥을 먹기는커녕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 이전에도
보긴 봤으나 정말 잠시 뿐이었고,
우린 한 공간에 살고 있지만,
서로 자신의 쳇바퀴를 돌리기에 바빴다.

그도 나도
서로의 삶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며칠 얼굴을 못 봐도 잘 먹고, 잘 자는 데
그가 없이도 정말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건 고민해볼 가치도 없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이기 때문에_

남편이 내 삶에 없는 상상은
꿈에서도 하고 싶지 않다.

네가 곁에 없어도 잘 사는 게 아니고,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을 뿐
네가 곁에 있다는 걸 잘 알아서
잘 사는 거야.

나는
네가 꼭 필요하고,
절대 네가 없어선 안 된다!
알겠냐!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